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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규제와 암호화폐 시장의 기나긴 겨울로 인해 한동안 주춤하던 ICO가 봄이오면서 다시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ICO를 참가할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하냐고 물어보는 글들에는 앵무새처럼 "백서를 잘 읽어보세요," "팀이 제일 중요합니다," "어드바이저에 누가 참여하는지 보세요" 등등의 조언들을 하고 있죠.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저런 조언들은 당신의 ICO가 성공하는데 1%정도밖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저런 조언들이 왜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지 간략하게 짚어보겠습니다.

  1. 백서를 잘 읽어보세요??- 블록체인이 오픈소스라서 코드만 포크하는게 아니라 요즘은 백서도 포크합니다. 거짓말 안보태고 거의 대부분의 백서들이 수십 페이지의 아무도 읽어보지 않을거라는걸 알듯이 마구 ㅆ질러놓은 블록체인의 generic한 내용들을 때려박아 놓고 이름과 디자인만 바꿔서 작성합니다. 백서에서 그나마 챙겨봐야 할 부분은 토큰 발행량, 배분방식, 에어드랍, 마켓캡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외에 블록체인 전반에 관한 이야기들, 그리고 실현될 가능성이 로또만큼 힘들어 보이는 미래 청사진과 같은 이야기들은 그냥 무시해도 됩니다.



    (장밋빛 청사진을 너무 거창하게 그려놓은 백서일수록 읽는것 자체가 시간낭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사진 출처: https://smartoptions.io/ico-scoop-interview-with-the-tip-token/)

  2. 팀이 제일 중요합니다?? - 이거 개인적으로 제일 🐶소리같은 조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솔직히 웹사이트, 링크드인 프로필만 보고 저 팀이 역량있는 팀인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분이라면 지금 당장 헤드헌팅 회사를 차리면 대박 터뜨릴 겁니다. 제가 단언컨데 당신이 댄과 네드와 최소 하루밤이라도 같이 동거동락하며 지내본 사이가 아니라면 댄과 네드의 이름과 프로필만 보고 2016년에 "스팀을 무조건 대박터뜨릴 팀 구성이군!" 하고 판단하는게 백프로 불가능합니다.

  3. 어드바이저에 누가 참여하는지 보세요?? - 이건 블록체인이 태동하던 초창기라면 모를까... 지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심지어 이바닥에서 조금 놀아본 사람이면 초기에 한 5% 코인 공짜로 주는 조건으로 이름만 빌려주세요~ 하면 올려주는 사람들이 지천에 널렸다고 하죠. 어차피 shit코인이더라도 어디 하나 상장만 하면 공짜 돈 생기는 거니 저사람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마치 돈주고 결혼식 하객 대행 구하듯 포함시키는게 바로 저 어드바이저들입니다.

언제나처럼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소중한 돈과 시간을 ICO에 투자하신다면, 그리고 저처럼 순혈 문돌이라서 깃헙 들어가서 코드를 뜯어보거나 개발자들의 면면을 살펴볼 능력이 안된다면, 당신이 반드시 가장 공들여서 분석해 봐야 하는 부분은 바로 "이 ICO의 토큰 이코노미는 과연 🐶소리인가 아닌가?" 입니다.

토큰 이코노미, 이거 3가지만 잘 파도 반은 성공

요즘 토큰 이코노미에 대해 전문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글들이 참 많아졌는데요, 게임이론이나 각종 경제학적 모델을 동원해서 설명하다 보니 저처럼 순혈 문돌이는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사용되는 토큰 이코노미를 다음과 같이 저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토큰 이코노미란 유저들이 많아야 가치가 생기는 프로덕트에 아직 가치가 생기기도 전에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특정 행동에 토큰 보상을 건 모델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틴더와 같은 데이팅 앱이 있는데, 이 데이팅 앱이 가치가 있으려면 당연히 유저가 앱을 다운로드 받았을때 매칭 가능한 이성이 많이 있어야 가치가 생기죠? 그런데 초기 듣보앱인 시절에 유저가 많을리가 없죠. 이 닭이 먼져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팅 앱은 프로필을 만드는 유저들에게 앱에서 사용해야하는 포인트를 공짜로 뿌려대기 시작합니다. 아직 사용해야할 이유가 충분치 않은 앱을 다운로드받게 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시하는거죠.

이 토큰 이코노미가 과연 🐶소리인지 아닌지를 살펴보려면 반드시 다음 3가지 요소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1. 타겟행동 - 유저들의 특정 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인지, 그리고 이게 제품에서 가장 중요한 타겟 행동인지?
  2. 네트워크효과 - 유저가 문어발처럼 생기는게 필수적인 제품인지?
  3. 현금성 - 토큰 경제에 법정화폐가 순환가능한 구조인지?

1_ 타겟행동이 설계된 토큰인가요?

스팀잇에서 사람들은 컨텐츠를 올리고 스팀 보상을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팀 토큰 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타겟행동은 바로 "컨텐츠 업로드"와 "업보팅" 입니다. 스팀잇이 소셜 미디어로서 가치가 있으려면 사람들이 활발하게 컨텐츠를 공유하고, 이 공유된 컨텐츠들이 관심을 받아야 겠죠. 페이스북은 이 타겟행동을 촉진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친구들을 연결시켜서 내 삶을 자랑하고 싶게 만들고, 이 컨텐츠를 최대한 관심있어할만한 친구들에게 뿌려줌으로써 라이크 액션을 유도합니다. 모두 "비 금전적 요소"로 타겟 행동을 유도하고 있죠. 스팀잇은 이걸 심플하게 스팀이라는 금전적 보상으로 유도하고 있죠.

생각보다 많은 ICO가 이런 타겟행동에 대한 깊은 설계 없이 그저 "이런 서비스를 출시할 거고, 여기서 사용되는 코인이 xx입니다." 정도로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 코인이 유저의 어떤 specific한 행동을 촉신시키는 거고, 이 행동들이 플랫폼의 가치 형성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 있지 않은 ICO라면 가볍게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2_ 네트워크효과가 필수적인 제품인가요?

위에서 설명한 타겟행동은 반드시 해당 제품의 네트워크 효과와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이게 제품 코어에 필수적인 요소여야 합니다. 예를들어, 스팀잇에 유저가 별로 없던 초창기에 비해 지금은 유저도 많아지고 페이스북에 공유된 글들이 스팀잇에서 나온 글들을 심심치않게 보게 되죠. 내친구 철수도, 영희도 스팀잇을 쓰기 시작하니 이게 더 힙해보여서 너도나도 스팀잇을 쓰기 시작합니다. 즉,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유저가 많아지는것 만으로도 제품 가치가 높아지는게 바로 네트워크 효과이고, 스팀 프로젝트에서 이건 필수적입니다.

만일 어떤 ICO 프로젝트가 있는데, 저 제품을 내 친구 철수가 사용하는 여부가 내게 별다른 베네핏을 주지 않는 프로젝트라면 그 제품은 토큰 이코노미가 크게 필요치 않습니다. 예를들어 캐시슬라이드같이 광고보면 돈주는 제품이 있는데, 여기서 ICO를 한다고 하면서 저 현금 -> 슬라이드코인 이렇게 치환하는 ICO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캐시슬라이드의 코어 베네핏은 내가 실제로 벌어들이는 돈 그 자체이지 내친구 철수와 영희가 쓰고있다는 그 사실 자체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3_ 저 토큰에 현금성이 있을까요?

암호화폐가 현금으로서 가치가 생기는 케이스는 대략 다음 3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1. 해당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서 당장 현금화가 가능하다.
  2. 🐶나 🐮나 모두 해당 코인을 갖고 있어서 현금화 없이도 밥을 사먹을 수 있다.
  3. 해당 코인의 사용성 때문에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해당 코인을 사주고 있다.

1번은 현존하는 대부분의 코인이 지향하는 바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2번의 경우, 거래소 없이 자생 가능한 토큰을 꿈꾸는 경우인데 예를들어 @asbear님이 만든 스팀페이를 서울시내 대부분의 커피숍에서 사용하고 있다면, 스팀은 거래소가 없어도 현금성이 생기겠죠. 많은 코인들이 꿈꾸는 모습 중 하나이지만 코인 대장님인 비트코인도 아직 갈 길이 먼 분야입니다.

3번은 다소 현실적인데요, 해당 코인의 사용성이 쓸모가 있는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해당 코인을 사주고 있어서 해당 코인에 현금성이 생기는 경우입니다. 예를들어 곧 런칭이 임박한 스팀의 SMT (Smart Media Token)의 경우 SMT기반의 ICO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 분량의 스팀을 사서 박아놔야 스팀 네트워크의 밴드윗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이죠. 스팀 기반의 대규모 앱서비스를 운영하고자 한다면 스팀을 대량 구매할 수 밖에 없겠죠. 이렇게 되면 지금은 스팀의 가치가 그저 거래소에서 펌핑되는 가격에 의해서만 결정되던게, 이 코인의 사용성이 쓸모가 있는 누군가가 해당 코인을 사줌으로써 가치가 형성되게 됩니다.

만일 당신이 참여하려고 하는 ICO에서 이런 코인의 현금성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우리는 바이낸스, 비트렉스에 곧 상장시킬 예정입니다" 라는 전략이 전부인 코인이라면, 참여하는걸 재고해 보셔야 할 겁니다.



출처 : https://steemit.com/kr/@project7/ic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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